만해 한용운선생 생가 [11/04.04]
2011. 4. 5. 14:10ㆍ州·옛고을
님의 침묵(沈默) / 萬海 韓龍雲
님은 갔습니다 님은 갔습니다 아 아 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 찬 티끌이되어
한숨의 미풍에 날아 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 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에 일이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 없는
눈물에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 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것을
비옵니다
아
아아아
님은 갔지만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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